“과학기술 불모지에 희망의 싹을 틔우다”
2021 세종과학기술인대회 개최
과학기술발전에 기여한 9인 선정… ‘유공자 증서’ 수여
후배들의 헌정강연 및 유공자 소감 발표 진행
2021 세종과학기술인대회 단체사진 ⓒ과학기술유공자지원센터
"과학기술분야의 지속적인 발전과 명예와 자긍심을 고취할 수 있도록 앞장서서 남은 생에 미력한 힘이나마 보태도록 열심히 임하겠습니다.“
백발의 신사가 강단 있는 발걸음으로 단상에 오르자 모두의 시선이 그 곳으로 향했다. 우리나라 생명공학 연구의 기틀을 잡은 한문희 박사는 대한민국 과학기술유공자로 헌정된 것에 대해 “이런 영광을 얻게 된 것은 혼자만의 힘이 아니었으며, 뜻을 같이한 이들의 공이 있었기에 받을 수 있었다”며 선후배 과학자들에게 영광을 돌렸다. 연구에 매진했던 긴 세월에 비해 짧은 순간이었지만, 그가 보여준 겸양의 미덕은 후배들에게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 임혜숙)가 주최하고 한국과학기술한림원(원장 한민구)이 주관한 '2021 세종과학기술인대회'가 11월 3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 개최됐다. 이번 행사에서는 2020년도에 과학기술유공자로 지정된 9인에 대한 대통령 명의 증서 수여와 유공자의 업적을 기리고 돌아보기 위한 헌정강연이 진행됐다.
이날 행사에는 임혜숙 과기정통부 장관, 이상민 국회의원, 박수경 대통령비서실 과학기술보좌관, 한민구 한림원장과 과학기술유공자 및 가족·유족 등 40여 명이 참석했다. 행사는 온·오프라인으로 병행(유튜브 ‘대한민국 과학기술유공자’ 채널)해 진행됐다.
임혜숙 과기정통부 장관은 기념사를 통해 "대한민국이 과학기술강국으로 발전 할 수 있게 된 것은 우리 과학기술인들의 열정과 헌신이 있기에 가능했다"며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과학기술유공자 분들이 예우와 존중 받는 사회가 조성될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말했다.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과학기술유공자지원센터
◆ 과학기술 싹을 틔운 과학기술유공자 9인 증서 수여
1부에서 과학기술유공자 지정 증서 수여식이 진행됐다. 유공자 증서는 ‘과학기술유공자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대통령이 증명하는 문서로, 그들의 업적이 나라에 기여했음을 의미하는 징표가 된다. 이날 과학기술유공자 증서는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전수했다.
유공자 한 사람, 한 사람이 역사인 만큼, 안타깝게도 이미 작고해 직접 수상하지 못하는 유공자도 여럿 있었다. 작고 유공자의 경우 유족이 대신 증서를 수여받았으며, 생존해 있는 유공자의 경우 가족과 함께 단상에 올라 증서를 전달받았다. 김명자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명예회장은 손녀와 다정히 단상에 오르며 눈길을 끌었다.
유공자 증서 수여식 기념사진
(왼쪽부터 임혜숙 장관, 김명자 유공자, 김명자 유공자 손녀) ⓒ과학기술유공자지원센터
수여식 이후 이어진 축사에서 박수경 과학기술보좌관은 “유공자 분들은 과거 과학기술의 불모지였던 우리나라가 오늘날 세계가 인정하는 과학기술강국으로 성장하기까지, 그 초석을 맨손으로 다져내신 대한민국의 영웅이신 분들”이라며 “과학기술인의 한 사람으로서 선배님들의 수고와 헌신에 마음 깊이 감사와 존경을 표한다”고 말했다.
발언권을 이어받은 이상민 국회의원은 “얼마 전 다녀온 두바이 엑스포에서 우리나라 기술이 압도적으로 뛰어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과학기술계에서 글로벌 리더십을 확보해야 하고, 국제적 네트워크를 촘촘히 만들어야 하기에 국회에서도 열심히 뒷받침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자리에 참석하지 못한 이원욱 과학방송통신위원회장은 영상을 통해 축하 인사를 전했다.
◆ 불굴의 과학기술 개척자들을 기리다
서정선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석좌교수, 이정동 서울대 교수 강연
2부 헌정강연에서는 서정선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석좌교수와 이정동 서울대학교 교수가 연사로 나서 유공자 지정의 의의와 유공자들의 업적, 국가 사회적 기여 등에 대해 강연했다.
서정선 교수는 자연·생명분야 유공자들의 업적에 대해 발표했다. 그는 유공자로 선정된 이들에게 존경의 마음을 표하고, ▲화학분야 윤능민 박사 ▲수학분야 임덕상 박사 ▲생명과학분야 한문희 박사 ▲의학분야 전종휘 박사의 업적을 차례대로 소개했다.
서 교수는 “한국전쟁의 폐허에서 생존을 위해 거리로 내몰리는 상황에서도 학문의 토대를 다진 불굴의 과학 파이오니아들이 있었다”며 “오늘의 대한민국이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으로 도약할 수 있었던 것은 이분들의 용기와 헌신적인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이날 함께 자리했던 한문희 박사에 대해 “80년대부터 한국 생명과학의 ‘기술에서부터 산업까지’ 그 모든 것에 대해 국가수용체계를 만드신 생명과학의 대부”라며 “한 박사님이 참석하신 자리에서 헌정의 말씀을 올리게 되어 무한한 영광으로 생각한다”고 후배 과학기술인으로서의 벅찬 심경을 밝혔다.
서정선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석좌교수 ⓒ과학기술유공자지원센터
이어 이정동 교수는 엔지니어링 및 융합·진흥분야에 선정된 ▲자연분야 국채표 박사 ▲엔지니어링분야 노승탁 명예교수 ▲엔지니어링분야 안병성 책임연구원 ▲김명자 명예회장 ▲김용관 전무이사 등 유공자 5인의 업적에 대해 소개했다.
그는 “후학들이 누리는 훌륭한 연구 환경에 두 번, 세 번 감사의 말씀을 드리지 않을 수가 없다”며 “우리가 선진국으로 대접받고 있고, 저와 같은 후학들이 훌륭한 환경에서 지내고 있는 건 오늘 헌정 받는 분들의 ‘태풍 같은, 천둥 같은, 벼락 같은’ 업적 덕분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이 교수는 일제의 압박으로 짓눌려있던 조선 땅에서 과학기술의 꿈을 꽃피웠던 김용관 유공자에 대한 소개가 끝난 후 “과학조선의 건설은 이제 ‘과학한국의 건설’로 이어져야 한다”는 포부를 다져 보였다. 과학자들의 뜨거운 열정이 대물림되는 순간이었다.
이정동 서울대학교 교수 ⓒ과학기술유공자지원센터
◆ “남은 시간 자랑스러운 과학기술인으로서 역할 다 할 것”
마지막은 유공자들의 소감으로 채워졌다. 단상에 선 인물은 한문희 원장이었다. 한 원장은 우리나라 과학기술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미력한 힘을 보태겠다고 다짐했다.
“오늘 뜻 깊은 자리에서 인사드려 무한한 영광입니다. 곰곰이 생각하니 이유가 있네요. 2020년도 선정된 9명의 유공자 중 살아있는 사람 중에서 나이가 제일 많기 때문에 이 자리에 선 것 같아요. 지난 여러 해 동안 업적이라고 쌓아온 것이 아주 큰 것은 아니지만 높이 평가해주시고, 과학기술자로서 가장 영광스러운 자리에 선임해주셔 무한한 영광입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서 과학기술분야의 지속적인 발전과 명예와 자긍심을 고취할 수 있도록 남은 생에 앞장서서 미력한 힘이나마 보태도록 하겠습니다.”
한문희 과학기술유공자(한국생명공학연구원 초대원장) ⓒ과학기술유공자지원센터
김명자 명예회장은 후학들이 융합혁신의 기수로서 우뚝 설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는 소망을 전했다.
“지금까지 선정된 60여 명의 유공자 중 생존하고 있는 분들이 20여 분, 그중에 4명이 여성, 그중에 2명이 작고하셨습니다. 저 역시 이런 자리에 설 수 있을지 몰랐습니다. 일-가정 양립, 아이 셋, 전통적인 유교문화 속에서 여성으로서 살면서 할 수 있는 일은 밤에 책을 번역하고 쓰는 일이었습니다. 자연히 정책, 과학사에 관심을 가지게 됐고, 그 안에서 제가 과학자로서, 여성으로서 할 일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사회 모든 분야가 과학기술을 필요로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후학들이 과학기술이 아닌 모든 분야에 진출해서 그들이 닦은 과학적 방법, 지식을 바탕으로 융합혁신의 기수가 되기를 바랍니다. 제 영예는 그것으로 위로를 삼을 수 있을 것입니다.”
김명자 과학기술유공자(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명예회장) ⓒ과학기술유공자지원센터
끝으로 故안병성 박사의 후배였던 방승찬 한국전자통신연구원 통신미디어연구소장이 대신 소감을 전했다. 그는 선배의 뜻을 이어 국가를 과학기술로 부강하게 만들겠다는 굳은 의지를 전했다.
“안병성 박사님은 오늘날 대한민국 정보통신 기술의 초석을 마련하셨습니다. 우리 연구원들은 모두 안 박사님의 업적을 기리며, 또 하나의 천둥과 번개가 돼서 통신강국 코리아의 길을 이어나가도록 하겠습니다.”
한편 2020년 선정된 대한민국 과학기술유공자 9인의 업적은 다음과 같다.
성명 (생년/생몰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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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속 및 직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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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공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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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국채표
(1907∼19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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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관상대 전)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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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기상학과 기상예보의
기반을 마련한 기상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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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자
(1944∼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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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학기술단체
총연합회 명예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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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정책을 선도한 여성과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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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김용관
(1897∼19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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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지식보급회
전무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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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 ‘과학조선건설’의
비전을 제시한 과학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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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승탁
(1943∼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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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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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공학 분야 기술개발을 선도한
기계공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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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안병성
(1935∼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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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자통신연구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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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식사설교환기(PBX) 개발로 한국
전자통신기술을 선도한 엔지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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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윤능민
(1927∼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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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강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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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수소화물의 유기합성 분야를
선도한 화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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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임덕상
(1928∼19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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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펜실배니아대학교
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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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수기하학분야의 변형이론을
독자적으로 발전시킨 수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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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전종휘
(1913∼2007)
|
가톨릭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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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전염병 치료와 연구의
기틀을 다진 선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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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문희
(1934∼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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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생명공학연구원
초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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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생명공학의 기반을 구축한 선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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